패트리샤 콘웰, 데드맨 플라이(Blow Fly)
추리,스릴러2009. 12. 28. 13:11
본래 불평으로 시작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표지를 보면 볼수록 번역 제목을 보면서 딴 생각을 하게 되어서.
이 책에는 '죽은 채로 날아다니는 남자' 같은 건 안 나온다. 무슨 네덜란드 유령선도 아니고, 시체를 비행기에 태우고 다니는 장면도 없다. 단지 마리노가 난생 처음 헬리콥터를 탔을 뿐이지. 그렇다고 마리노가 죽은 것도 아닌데. 그러면 무슨 은유라고 하기엔, 설마 장 밥티스트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이런 저런 풍경을 묘사하는 걸 저렇게 고차원적인 제목을 붙인 건 아닐테지.
Blowfly는 그냥 검정파리였다. 적어도 내가 그냥 사전을 찾아본 바로는 그렇다. 역시 다른 고차원적인 의미가 있다해도 난 무식해서 모르겠다.
'흑색수배', '마지막 경비구역'에 이은 늑대인간 삼부작의 완결판이라는데, '흑색수배'는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고, '마지막 경비구역'은 안 본 것 같다. 루시가 수사기관을 그만 둔 줄 몰랐으니까, 확실히 중간에 안 본게 있긴 하다. 벤턴이 죽은 장면은 기억나는 걸 보니 시리즈 후반까지는 본 것 같고.
책 뒤 역자후기를 보면 이 책이 스카페타 시리즈 중에 처음으로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계속 바뀌는 서술법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스카페타 중심으로 계속 서술되면서 사건들이 차분하게 클라이맥스로 가는 패턴이었던 것 같기도하다. (읽은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스카페타 시리즈에서 이런 서술이 처음이라면 신선한 시도긴 하겠지만, 왠만한 스릴러는 저런 식으로 많이 나온다는 게 문제다. 예전부터 루시나 마리노 입장에서도 얘기가 진행되면 좀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나긴 하지만, 막상 읽으면서도 실감이랄까 신선함은 그다지. 하지만 팬서비스라면 좋고.
오히려 스카페타 비중이 많이 줄어서, 읽다보면 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한다. 소설 속에서도 가장 행동 비율이 적다. 강연하다 편지받고 교도서 갔다가 배턴 루지로 가는 게 끝. 반면 마리노와 루시는 이상한 나라 모험을 하듯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쪽이 더 재미있다. 소설 뒷부분의 결말은 좀 이해가 안 가서, 흐지부지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래서 아마 '흑색수배'를 봤다면 열받아서 스카페타 시리즈를 쳐다도 안 본 모양이다. 이대로 팬 서비스 차원에서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재미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