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스릴러
피터 탬플, 브로큰 쇼어 / 영림카디널(블랙캣 시리즈)
kauket
2008. 9. 22. 23:15
브로큰 쇼어
피터 템플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나의 점수 : ★★★★★
오랫만에 또 괜찮은 하드보일드(>.<) 이런데 약하다구.
블랙캣 시리즈는 취향이 들쑥날쑥해서 선뜻 보는 편은 아닌데, '브로큰 쇼어'는 도서관에서 보고 바로 집어와 버렸다.
그 이유는... 영국의 골든 대거가 던컨 로리 대거 상으로 바뀌었다는 걸 읽었기 때문. (책을 빌려오는 이유도 가지가지)
'황금단도 상' 하면 멋있지만 '던컨 로리네 단검 상' 은 그다지 멋있지 않다. 역시 돈의 위력은 상의 이름과 책 홍보 타이틀까지 바꾸게 한다는 점에서 참 위대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이하게 (.... 너무 영미권 스릴러만 읽어댄 거겠지만) 호주 시골마을이 배경. 잘 나가는 강력계 형사였던 조 캐신은 연쇄살인범을 쫓다가 동료를 잃고 자신은 크게 부상당한 채 휴가차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동네에서 부호였던 노인이 자기 집에서 폭행당해 죽은 사건이 발생하자 범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백인과 호주 원주민이 갈등하고, 동네 사람들은 원주민들이 무조건 범인이라고 하고, 나쁜 일은 전부 원주민 책임으로 돌리는 게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사실 호주 실정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흑인들이 미국에서 차별받는 것보다 더 심한 처우를 받고 있는 듯 했다. 어디까지나 소설 속 얘기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을 반영해서 나온 소설 중 하나일테니까.
그리고 서로 손발이 안 맞고 정치적인 문제라던가 행정적인 문제로 경찰들도 수사는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 보통 미국 소설처럼 근사하게 갈등하는 게 아니라 마치 우리 옆동네 경찰서에서 일어나는 것 처럼 묘사되는 게 재미있었다. 이 소설의 백미는 사실 미스터리보다는 (책 후반부에는 노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찾는 데 집중하긴 하지만) 주인공 캐신이 사촌은 번네 가서 건축 자재를 뜯어온다거나, 부랑자 렙과 지내는 것, 키우는 개들, 이웃집 노인, 고등학교 때 첫 키스의 주인공이었던 여자 변호사, 베스트 드레서로 승진한 친구, 그동안 대화라고는 해본 적 없는 형, 정원 장미에 화학 비료를 뿌려대는 양아버지 같은 사람들과 지내면서 아웅다웅하는 장면들이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하드보일드 소설에나 나올 법한 대사들을 날린다.
그렇게 쿨한 게 또 재미겠지만.
요즘은 재밌는 소설들이 많이 나와서 즐겁다. 덕분에 매일 읽어대느라 독후감은 늘 뒷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