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스릴러

히가시노 게이고, 탐정 갈릴레오 / 재인

kauket 2008. 11. 7. 19:48
탐정 갈릴레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나의 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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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맘에 매우 안 들었다는 걸 리뷰로 올리고 싶어져서 밀린 리뷰 1타자가 되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야 할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꽤 많이 읽었지만 이 작가는 읽으면 읽을 수록 재미가 없어진다.
'백야행'은 흥미진진하게 보았고 작가도 꽤나 심혈을 기울여서 쓴 것 같지만, 가볍게 쓴 것 같은 소설들은 이제 참기가 어려워졌다.

저 탐정 '갈릴레오' 씨는 용의자 X의 헌신에 나왔던 물리학자라고 한다. 사실 그 캐릭터에는 신경도 안 썼던 터라 또 소설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도 관심이 없어서 읽을 때에는 몰랐다. (..)
엄청 잘난 체 하는 천재 과학자인데 탐정 역할도 하는 모양이다. 이 단편집에서 제일 짜증났던 건, 경찰이 사건 해결을 못하고 유가와 연구실에 찾아가면 늘 짠~ 하고 뭔가 놀라운 실험을 시연해준다. 그것도 매 사건마다.

이 작가, 드라마로 꼬옥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지? 라는 생각만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단편들 자체는 트릭이 독특하긴 하지만, 레이저니 빛의 굴절이니 초음파니 하는 물리학을 이용한 사건들만 나오다보니 나중에는 신기하긴 하지만 굳이 이래야했니? 하고 묻고 싶어졌다. 왜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이야기해주는 명언이 있지 않은가.

"See, I'm a man of simple tastes. I like dynamite... and gunpowder... and gasoline! Do you know what all of these things have in common? They're cheap!"

죽이고 싶을 만치 미운 상대가 있음 그냥 차로 갖다 박던가, 칼이나 총을 들고 찾아가던가 하라구.
그렇게 머리 핑핑 돌리면서 주변 상황을 연구하고 살인도구를 여러가지로 세팅하고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죽이고 싶어하는 그 용의주도함이 소름끼친단 말이다. 몇 날 며칠, 혹은 몇 달 동안 상대방을 죽이려고 계획을 짜는 그 심리가 더 무섭고 비정상적이고 음울하다. 그리고 그걸 해결하는 유가와 교수도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 살의와 고의성을 밑바닥에 깔고 트릭을 풀고 있으니까.

나중에는 졸음을 참으면서 대충 보았지만 절대 유쾌하지 않았다. 아예 만화처럼 가볍게 나가던가, 아니면 심각하게 다루던가.
캐릭터들은 너무 정형화되어있고 사건은 유가와만 나서면 해결되며 그간에 있었던 사정들은 마치 홈즈나 포와로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범인은 이 안에 있습...(아니 이건 김전일이었지) 하여간 사실은 이런 사정이 있었다구~! 하고 말하는 느낌. 한 마디로 범인을 잡는 건 너무 쉽다. 추리가 공정하든 안 하든, 트릭을 풀건 못 풀건, 과학적으로 얼마나 정확한지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오락 탐정 소설로서는 괜찮지만, 미묘하게 아무한테도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피곤할 때 읽어서 정말 재미없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재밌는 책은 새벽 4시까지 그냥 읽어도 졸린 줄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