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이영도, 그림자 자국 / 황금가지
kauket
2008. 12. 10. 00:49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일단 동화 이야기처럼 타이르는 듯한 문체가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다지 쉬운 얘기가 아닐 거라는 건 뻔하잖아.
문체에 거부감 느낄 사람도 꽤 많을 것 같다. 물론 그럭저럭 읽을 수는 있었지만.
그런데 썩 재밌지는 않다. 유치원 어린이 여러분에게 하는 문장은 의외로 책임회피하기가 쉽다고 생각한다. 묘사를 다 해줄 필요가 없거든.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가 깊게 나가질 않는다. 게다가 이야기가 점점 복잡해진다. 난 재밌는 책을 읽고 싶었다구?!!?!!
'드래곤 라자' 출간 10주년을 기념하는 속편 격인 작품이지만 이것도 왠지 팬픽션 내지는 패러디같다는 느낌이 든다.
(유명한 시리즈 물 중에 계속 이어지면 그런 느낌으로 나가는 작품들이 좀 있지만)
예언자에 대한 패러독스라던가 끝까지 그닥 이해가 안 가는 결말도 뭐 그렇지만, 퓨쳐워커보다 더 이상하다.
그렉 이건의 '쿼런틴' 같이 수많은 미래의 가능성 중 하나를 밞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같기도 하지만, 뭐라 왈가왈부하기엔 어렵다. '쿼런틴'도 제대로 이해못한데다가 '그림자 자국'은 더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다. 하여간 읽고 나서 소감이라면
(스포일러 잔뜩)
예언자가 끝부분에 나와 쏼라쏼라하는 것 중에
'시간의 장인'은 작가를 이야기 하는 것 같고,
'그림자 자국'은 예언자가 사라졌음에도 남아있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는 거라 생각하고,
'그들' 이라 함은 드래곤라자의 후속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들 내지는 이기적인 세상의 인간들을 지칭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림자 자국' 이라는 책이 이 세상에 출현했다는 느낌?
이후에 후속편이 나올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토바이와 소총이 등장하는 시대에서 다시 검과 마법이 판치는 세상으로 돌아가봤자 일시적일 테니. 뭐, 나온다면 스팀펑크식 활극이 될 수도 있으려나.
'퓨쳐워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림자 자국'보다는 재미있었다. 드래곤 라자의 세계는 그 겨울에서 막이 내려야 했다. 이후의 일은 모두 이루릴의 추억 속에서만 살아있을 수 뿐이다.
그나저나 드래곤 라자를 줄줄이 암기하던 동생들이 '그림자 자국'은 버려두고 안 가져간다. 나 이거 왜 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