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tz Leiber, Night's Black agent (1978) / berkly
Fantasy2008. 1. 2. 22:50
예전에 헌책방에서 작가 이름만 보고 구입한 책인데, 헌책이니 낡아빠지고 바랜 것도 그러려니 했었다. 리뷰나 함 써볼까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새록새록 보이기 시작했는데...
...올해면 서른살이 넘는구려. 참 오래되었소.
표지가 낡아빠진 것에 비하면 아직까지 종이 상태는 괜찮은 편이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1945년판 페이퍼백을 본 적이 있는데...
가장자리가 바스러져나간데다가 여백도 적어서 알파벳이 잘려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책에 비하면(나이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비교적 잘 읽을 수 있다.
작가 이름만 보고 샀던 것 치고는 매우 잘 빠진 단편집이다.
이전에 프리츠 라이버를 접했던 건,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나왔던 SF/Fantasy/Horror 앤솔러지에서 접한 적이 있던 ''굶주린 눈을 가진 소녀'를 매우 인상깊게 읽은 게 전부였지만 이상하게 기억이 선명하게 남았던 것이다. 굉장히 좋아했던 단편이기도 했고...
그래서 또 지금 다시 책장을 뒤져보니 어라 찾기가 어렵네? 분명히 우리 말로 번역된 게 있었는데...?
'토탈호러'를 보았다. 없다. '토탈호러2' 목차를 봐도 없다. 음...'환상특급'에 있었나 궁금해하면서 뒤져보았다.
(전부 같은 출판사였다.)
급기야는 '호러 사일런스' 까지 꺼내보았는데... 역시,. 그렇게 질척질척한 앤솔러지에는 없었다. 돌덩이 같은 머리를 저주하면서 마지막으로 꺼내본 '코스믹 러브'에, '전도서를 위한 장미' 밑에 떠억하니 있었다는 엄청난 얘기.
(리뷰 쓰려다가 별 걸 다 보게 되어요...)
'주린 눈을 가진 소녀'로 제목이 되어 있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러브 스토리는 아니다. 분명히 호러로 기억하고 있던 데다가, Night's Black Agent에도 Modern Horror로 분류되어 있어서 계속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잡설이 길었지만 책을 다시 살펴보면..
표지 앞 뒤로 판타지의 거장! 이라면서 광고를 해대고 있지만 실제로 판타지에 해당하는 건 딱 위에 2개뿐이다. Adept's Gambit까지인데, 좀 길다. 전채 책 분량으로 치면 반 조금 안되는 분량, 페이지수로는 96쪽까지.
전형적인 전사 캐릭터와 왠지 비밀이 있는 것 같고 똑똑하면서 날렵한 로그 캐릭터가 이것저것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인데, 꽤 읽을 만 했던 걸로 기억한다. 전형적인 모험담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다지 골치 아프게 읽을 필요는 없었다.
특이하게 '절대로 젊어지지 않는 사나이'를 분위기 전환용 단편으로 넣어주면서 슬쩍 현대(...라봤자 1950년대 쯔음?) 공포 단편들오 넘어가고 있다. 젊어지지 않는 사나이는 이집트에서 시작해서 마치 고대사를 다룬 판타지 같지만, 실상은 핵무기 등이 등장하는 인류 최후의 전쟁까지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간다. 젋어지지 않는 주인공은 그걸 모두 지켜보았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전쟁이 잦아들고, 미국은 인디언들에게 점령당하고, 스페인인들은 마야와 아즈텍 등지에서 원주민들에게 쫓겨나며, 로마가 세워졌다가 망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젊어지다가 결국은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사람들은 점점 사라진다. 그리고 주인공은 다시 젊어지지 않고 그 모든 걸 지켜본다.
여기서부터 공포 소설로 이어진다.
포인트는 정확히 저기에 쓰여진 대로... 검댕과 오염물질들, 희망없는 서민들과 노예들의 한이 뭉쳐진 연기 유령이나, 철도 유령이나, 꿈을 꾸는 동안에 현실과 뒤섞여 버리는 이야기라던가.... 주린 눈을 지닌 소녀의 사진이라던가 이런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도시 전설같은 괴담이라고 봐도 되겠지만... 프리츠 라이버의 상상력과 필력은 쓰여진지 오래되었어도 꽤나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 때나 지금이나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도시의 범죄들과 세상살이는 전원인 고딕 성들보다 더 무섭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