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콘웰, 데드맨 플라이(Blow Fly)
추리,스릴러2009. 12. 28. 13:11
본래 불평으로 시작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표지를 보면 볼수록 번역 제목을 보면서 딴 생각을 하게 되어서.
이 책에는 '죽은 채로 날아다니는 남자' 같은 건 안 나온다. 무슨 네덜란드 유령선도 아니고, 시체를 비행기에 태우고 다니는 장면도 없다. 단지 마리노가 난생 처음 헬리콥터를 탔을 뿐이지. 그렇다고 마리노가 죽은 것도 아닌데. 그러면 무슨 은유라고 하기엔, 설마 장 밥티스트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이런 저런 풍경을 묘사하는 걸 저렇게 고차원적인 제목을 붙인 건 아닐테지.
Blowfly는 그냥 검정파리였다. 적어도 내가 그냥 사전을 찾아본 바로는 그렇다. 역시 다른 고차원적인 의미가 있다해도 난 무식해서 모르겠다.
'흑색수배', '마지막 경비구역'에 이은 늑대인간 삼부작의 완결판이라는데, '흑색수배'는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고, '마지막 경비구역'은 안 본 것 같다. 루시가 수사기관을 그만 둔 줄 몰랐으니까, 확실히 중간에 안 본게 있긴 하다. 벤턴이 죽은 장면은 기억나는 걸 보니 시리즈 후반까지는 본 것 같고.
책 뒤 역자후기를 보면 이 책이 스카페타 시리즈 중에 처음으로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계속 바뀌는 서술법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스카페타 중심으로 계속 서술되면서 사건들이 차분하게 클라이맥스로 가는 패턴이었던 것 같기도하다. (읽은지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스카페타 시리즈에서 이런 서술이 처음이라면 신선한 시도긴 하겠지만, 왠만한 스릴러는 저런 식으로 많이 나온다는 게 문제다. 예전부터 루시나 마리노 입장에서도 얘기가 진행되면 좀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나긴 하지만, 막상 읽으면서도 실감이랄까 신선함은 그다지. 하지만 팬서비스라면 좋고.
오히려 스카페타 비중이 많이 줄어서, 읽다보면 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한다. 소설 속에서도 가장 행동 비율이 적다. 강연하다 편지받고 교도서 갔다가 배턴 루지로 가는 게 끝. 반면 마리노와 루시는 이상한 나라 모험을 하듯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쪽이 더 재미있다. 소설 뒷부분의 결말은 좀 이해가 안 가서, 흐지부지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래서 아마 '흑색수배'를 봤다면 열받아서 스카페타 시리즈를 쳐다도 안 본 모양이다. 이대로 팬 서비스 차원에서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재미있을텐데.
와카타게 나나미,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 시작
추리,스릴러2009. 5. 21. 10:44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의 작가 작품으로는 두 번째 읽는 책이다. <..미스터리한 일상> 을 매우 좋아하는 동생이 책을 사버렸다. 나도 <...미스터리한 일상>을 강매당해서 뺏겼으니 계속 들고 다니면서 읽는 것도 정당하다고 본다. 문제는 재밌다고 금방 다 읽어버렸다는 거지만.
'일상 미스터리'가 선전문구이지만, 다이도지 케이가 경찰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일상적인 내용은 아니다. 책에 나오는 사건들이 하나만 빼고 전부 경찰을 그만둔 뒤에 생겼다는 것만 빼면. 그가 맡은 '최후의 사건'도 포인트지만, 반전이 있으므로 차마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경찰은 그만둔 뒤에 다이도지 케이가 알고 있던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를 통해 '죽어도 안 고쳐져' 라는 책을 내는데, 바보같은 실수를 하는 얼간이 범죄자들을 접한 경험담을 쓴 실화모음집이다. 그 책을 낸 뒤 제법 인기가 있어서 강연회도 다니고 출판사 심부름을 하면서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옴니버스 식으로 모인 단편집이다.
하지만 역시나 전체를 궤뚫는 사건 하나는 배치해주기 때문에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비슷한 감각으로 볼 수 있다. 유머 감각도 여전하고. ^_^
요코미조 세이시 , 이누가미 일족 / 시공사
추리,스릴러2009. 4. 9. 13:35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나의 점수 : ★★
살인방관탐정 김전일이 나오는 작품 중에 영화로 가장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던 소설이다.
어디선가 영화 리뷰도 본 것 같지만 알고 있던 건 가면 쓴 누군가가 나온다는 것 정도였는데...
...영화도 본 적 없는데 왜 이렇게 트릭이 식상하지.
별로 길지는 않은데 조금 괴로웠다. 더군다나 긴다이치 코스케씨, 역시나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도 그다지 감흥도 없이 툇마루에 앉아 비듬이나 털고 있다. 마지막 한 명까지 다 죽어야 역시나 범인은 이럴 줄 알았다는 엔딩은...!
>.< 분위기는 좋지만(?) 아우우우 일본식 분위기는 답답하다.
딘 쿤츠, 살인예언자 / 다산책방
추리,스릴러2009. 3. 17. 11:45
살인예언자
딘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오드 토머스 시리즈를 처음 보자마자 한 번 읽어보겠다고 결심한지 꽤 오래되었다. 표지에 한번 식겁하고 구입은 절대 안 하기로 결정(하긴 쿤츠를 살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하고, 도서관을 헤맨지도 오래되었다.
가끔 검색해 보면 대출 중...
대출 중...
갈 때마다 영미문학 ㅋ 을 뒤졌지만 없는 거였다. 대출 중이려니 하고 넘어간지 어언 몇달.
지난 주에 가서 영미문학 o 에서 찾고 말았다.
이게 뭐냐?? 쿤츠가 언제 운츠로 변했다냐?
설마 '오드 토머스 첫번째 이야기'라고 해서 분류번호를 'ㅇ'란에 넣은 것?
그러니까 그 동안 못 찾았지.
오드 토머스가 작가 이름이라고 생각한 사서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건배.
하고 싶다. 아니, 그러면 'ㅌ' 에 들어가야지. 시리즈라고 해서 'ㅇ' 으로 분류했다면, 너무 친절하십니다. 그놈의 시리즈 분류번호 때문에 눈에 안 들어오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모중석 스릴러 클럽은 처음에 작가로 분류하다가 나중에 '모중석'에 밀어넣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도 아세요? 같은 작가의 같은 책 시리즈로 띄엄띄엄 나오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경악에 금치 못하고 힘들게 빌려온 책은, 예상 외로 재미없었다. 나는 '아내' 같은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이건.. 오드가 주인공인 시트콤(?)이었다. 그렇게 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다지 공감이 안 가는 걸.
대단히 미국적이면서 대중적인 농담이 곳곳에 박혀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면 작가의 농담에 웃어줄 수가 없다. 그나마 헐리우드 영화와 팝 가수들에 익숙하니까 알아들을 수 있는게 많지만, 엘비스 프레슬리 유령은 좀 오버라 생각한다. 그것도 시리즈 세번째 권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다. 반전도 있고, 적당히 감동적이고, 캐릭터들은 생생하고 재미있지만 딱 미드 같은 느낌.
2권은 못 읽고 3권은 읽었지만 더 이상 읽고 싶지는 않은 시리즈.
딘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가끔 검색해 보면 대출 중...
대출 중...
갈 때마다 영미문학 ㅋ 을 뒤졌지만 없는 거였다. 대출 중이려니 하고 넘어간지 어언 몇달.
지난 주에 가서 영미문학 o 에서 찾고 말았다.
이게 뭐냐?? 쿤츠가 언제 운츠로 변했다냐?
설마 '오드 토머스 첫번째 이야기'라고 해서 분류번호를 'ㅇ'란에 넣은 것?
그러니까 그 동안 못 찾았지.
오드 토머스가 작가 이름이라고 생각한 사서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건배.
하고 싶다. 아니, 그러면 'ㅌ' 에 들어가야지. 시리즈라고 해서 'ㅇ' 으로 분류했다면, 너무 친절하십니다. 그놈의 시리즈 분류번호 때문에 눈에 안 들어오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모중석 스릴러 클럽은 처음에 작가로 분류하다가 나중에 '모중석'에 밀어넣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도 아세요? 같은 작가의 같은 책 시리즈로 띄엄띄엄 나오면 어떻게 수습하려고?
경악에 금치 못하고 힘들게 빌려온 책은, 예상 외로 재미없었다. 나는 '아내' 같은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이건.. 오드가 주인공인 시트콤(?)이었다. 그렇게 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다지 공감이 안 가는 걸.
대단히 미국적이면서 대중적인 농담이 곳곳에 박혀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면 작가의 농담에 웃어줄 수가 없다. 그나마 헐리우드 영화와 팝 가수들에 익숙하니까 알아들을 수 있는게 많지만, 엘비스 프레슬리 유령은 좀 오버라 생각한다. 그것도 시리즈 세번째 권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다. 반전도 있고, 적당히 감동적이고, 캐릭터들은 생생하고 재미있지만 딱 미드 같은 느낌.
2권은 못 읽고 3권은 읽었지만 더 이상 읽고 싶지는 않은 시리즈.
프레드 바르가스, 해신의 바람 아래서 / 뿔(웅진)
추리,스릴러2009. 2. 12. 20:16
1. 오랫만에 정통 경찰 미스테리 수다물을 읽다.
정말이지 이렇게나 수다스러운 작품은 오래간만이었다. 87분서 형사들보다 더 수다스럽네 그려. 게다가 아담스베르그 반장 성격이 꽤나 엉뚱하고 귀엽다. 동생이 읽다가 한 마디 던졌다. "이 소설 쓴 사람 여자같아." (이름만 보면 잘 알수가 없다. 프레드라니..)
어떻게 알았냐고 하자 "남자를 너무 귀엽게 묘사해. 남자들은 같은 남자를 절대 귀엽게 안 쓰거든?"
....
(표지는 잘 안 봤음)
굉장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그러고보니 필립 마로우가 귀엽다거나 샘 스페이드가 징징대는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반면 도로시 세이어즈의 피터 윔지 경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이건 성차별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이 책을 읽은 식구들은 하나같이 등장인물들이 말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 하드보일드하고 스피디한 요즘 스릴러물을 읽다보면 신선할 정도다.
2. 웃기다.
저녁을 먹은 후, 다섯 아이들이 각자 방으로 간 다음, 그는 캔 맥주 세 개와 여덟 개의 서류철을 앞에 놓고 수심에 가득 찬 얼굴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략) 그가 저녁 먹으면서 빠끔빠끔 연기를 토해 내다 배가 터지는 두꺼비 이야기를 해준 것이 실수였다. 질문이 쇄도했다. 왜 두꺼비는 배가 터졌어? 왜 두꺼비가 담배를 피웠어? 얼마만 한 크기의 멜론처럼 부풀었어? 내장이 튀어나와서 아주 높이까지 튀었어? 뱀한테 해도 똑같을까? - 본문 78쪽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웃겼던 부분 중 하나. 이 밖에도 포복절도할 만한 상황이 많이 나오니 천천히 음미하면서 봐도 좋을 듯 하다. 저 상황은 혼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당그라르 형사가 아담스베르그 서장한테 저 엉뚱한 실화를 듣고 집에 가서 결국 이야기를 해버리는 장면이다. >.<
3. 두껍다.
아주 바람직하게 두껍다. 출판사에서는 얄쌍하게 두 권으로 나누지 않고 깔끔하게 두툼한 한 권으로 책을 내주었다. 간만에 보니 감동을 받을 정도. 단 표지가 너무 심각하고 어두워서... 아니 사건 자체는 엽기 연쇄 살인 사건이 맞지만 등장인물들이 워낙 유쾌하다보니 심각하다가도 분위기를 금방 바꿔서 다시 아담스베르그 반장 페이스에 휘말리고 만다. 하여간 기분좋게 읽을 만한 추리소설로 추천.
타쿠미 츠카사, 금단의 팬더 / 끌림
추리,스릴러2008. 12. 29. 09:56
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나의 점수 : ★★★
요리나 식당묘사는 매우 재미있었지만, 팬더가 뭐 어쨌다는 건데?
역자 서문이었던가, 팬더의 비밀에 얽힌 미스터리 어쩌구 나오지만, 왠만큼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을 읽어제낀 독자들은 그까짓거 팬더의 비밀 금방 알 수 있다. 그만큼 클리셰에 가까운 이야기라 그 쪽면으로는 전혀 신선한 게 없음.
게다가 읽다보면 차라리 그 놈의 천벌받은 팬더 유전자가 사람들한테까지 (그것도 섬나라 일본인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걸 믿고 싶어질 지경이다. 살인 동기가 미식이라면, 거기까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매우 설득력 없다. 요즘 한참 많이 나오는 말도 안되는 헐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같달까.
하지만, 요리 묘사라던가 미식에 목숨거는 사람들 묘사는 매우 뛰어났다. <맛의 달인>이 살짝 생각나려고 했지만 오버도 적당히 귀엽게 잘해서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신기한 요리 재료도 많이 나오지만 서양 요리 재료 이름은 모르는게 많아서. ^_^;
초반 분위기대로 가면 정말 재밌었겠지만, 결말 부분은 꽤나 성급해보인다. 읽고 나서 많이 아쉬웠던 책이었다.
가이도 다케루, 제너럴 루주의 개선 / 예담
추리,스릴러2008. 12. 10. 18:06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나의 점수 : ★★★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동시간대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서 꽤 기대하고 봤는데, 의외로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흐음.
하야미도 꽤나 멋있게 나오지만 다구치가 별로 안 나와서 좀 실망했다. 뻔뻔스런 시라토리도 여전해서 이쪽이 훨씬 더 재밌다는 번역자의 후기(나이팅게일의 침묵)에 공감할 수 있다. 재미는 확실하다.
하지만, 제너럴 루주는 정말 '신'급이라는 이야기가 주제인 듯하다. 사소한 거라면 추파춥스와 빨간 루즈를 좋아할 뿐이고.
윤리위원회 뻘짓도 재밌고, 마지막 장면도 멋있고. 하하하.
얼음공주는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 인간 컴퓨터도 아니고,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캐릭터라서... 하긴 그런 걸로 보면 바퀴벌레 시라토리도 있을 수 없는 인간이긴 하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히어로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데릭 포사이드, 아프간 / 랜덤하우스코리아
추리,스릴러2008. 12. 8. 22:55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나의 점수 : ★★★★★
포사이드!
우리 집에서 포사이드는 절대적이다. 서점에 포사이드 신간 아프간이 누워있는 걸 보자마자 당장 리스트에 올렸으며 도서관에서 보자마자 당장 집어서 빌려왔다. 사려고 했는데 뭐 도서관에 있으니까... 빌려오자마자 또 어머니께서 보시고는 '포사이드다!' 하고 신나서 노래까지 부르면서 집어가셨다. 결국은 그 덕분에 뒤늦게 읽었다는 이야기.
아프간은 초반부터 냉정하고 무미건조한 서술로 진행된다. 마치 논픽션을 읽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그냥 실황 생중계 같은데?!!?
중간중간 오싹할 정도로 아프간의 전쟁상황이라던가 알 카에다, 영국과 미국의 첩보기관들이 덤덤하게 서술되지만 실은 저렇게 쓰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는 거.
하지만 무미건조한 서술이 계속됨에 따라 사건은 점점 진행되고 뒤로 가면 갈수록 긴장감이 쌓이는 게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포사이드 특유의 그 찡함이란.. 포사이드 작품들은 끝까지 읽고 나서 앞 부분을 다시 보게 만들고 마는 결말이 최고지만, 하여간 아프간도 다 읽고 나서 뭐라고 말하고 싶었다. 결국은 말려들고 말았다구.
덕분에 어벤저도 다시 읽고 싶어져서 또 보고 말았다. 어벤저와 같은 번역자가 옮긴 것 같은데, 괜찮긴 하지만 중간중간 오탈자도 보이고 가끔 문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 하지만 어벤저보다는 아프간 쪽 번역이 더 나은 것 같은 느낌이다.
[렛츠리뷰] 가토 미아키, 클럽인디고 : 제 1회 호스트 선수권대회
추리,스릴러2008. 11. 24. 23:28
가토 미아키 지음, 김소영 옮김 / 갤리온
나의 점수 : ★★★
간만에 재밌었던 오락소설. 사실은 도착한 날 다 읽었다. ^_^;;;;
하지만 리뷰는 꼴찌로 하고 있는 듯하다는... 어느덧 마감날짜가 되버렸다...!
..... 새벽까지 다 읽고 그냥 쓰러져 자고 나니 리뷰를 새삼 쓰기가 귀찮아져서 몇 주일 동안 밍기적대다가 매우 늦어버렸다.
(분노의 타자질은 잘 하지만서도)
이번 표지는 꽤 장식적이고 예쁘지만 역시나 이애림씨 특유의 여성 표현이 들어가있다. 호스트 클럽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은 좀 아닌 거 같어...
하지만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는 독자가 있으니...!
색상선정이나 강한 흑백톤은 책 내용과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어딘가 밍숭밍숭한 느낌을 주는 본 내용과는 더욱 더.
'클럽 인디고'는 단편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같은 주인공, 캐릭터들이 호스트 클럽에서 생활을 하면서 맞부딪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형식이다. 주인공들 소개는 충분히 되어 있어서 사실 전권을 읽지 않아도 캐릭터들에게 적응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단지 좀 캐릭터들이 많이 만화같아서 그렇지. 호스트들이 각자 '나의 특징은 무엇무엇입니다!'를 강하게 외치는 듯한 포스를 풍기는 반면, 주인공인 화자 '나'와 동업자인 시오야 '사장님'은 꽤나 현실적이고 태평한 캐릭터들이다. 개성만점의 호스트들이라지만, 이들은 오히려 종잇장 같은 개성과 성격만 보일 뿐 그다지 깊게 들어가지 않으며, 각자의 대응들도 매우 평면적이다. '멋진' 호스트들은 존재하지만 그다지 공감가는 호스트들은 없다고나 할까. 어찌 보면 호스트 클럽에서 즐기는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복수자'와 '제 1회 호스트 선수권 대회'는 호스트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각 단편의 주인공인 호스트들이 주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지만... 솔직히 재미없다. 결국 '나 열심히 살아볼래요'를 외치는 희망에 가득찬, 좋은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고 있다. 무슨 명작만화극장도 아니고.
오히려 시오야 사장님이 출판업계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 마이너리티 코드'와 아키라 사장이 나기사 마담에게 죽어나는 '초콜릿 비스트'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프리랜서 작가로 전전긍긍 살아가는 20대 여성인 '나'의 이야기가 그만큼 현실적이고 와닿기 때문인 것 같다. 읽으면서 작가가 분명히 이 쪽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경험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전략)...그래서 가호는 너무너무 걱정이 돼서..."
가호는 칭얼칭얼 거기까지 이야기하더니 말을 끊고 다시 빨대를 물었다. 나도 빨대를 입에 넣고 '의무교육까지 마친 인간이 제 입으로 제 이름을 부르는 거 아니다' 하는 잔소리를 아이스 재스민티와 꿀꺽 삼겼다.
왠지 이런 부분에서 장렬하게 웃기고 말았다. 나름 수사 중인데 참고인에게 잔소리를 하려구요? 하여간 주인공이 스스로 30대인 걸 의식하면서 '요즘 애들은....'하는 부분은 꽤나 재밌다. 사실 이런 부분이 소설 속에서 더 재밌었는데...
(...스멀스멀 위기의식이 올라온다)
재미있게, 가볍게 읽기에는 매우 괜찮은 소설이고 흡인력도 좋았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는 앞 권도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말았다. 언젠가는 '클럽 인디고'가 한 권 더 생겨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렛츠리뷰가 지름신을 불러오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탐정 갈릴레오 / 재인
추리,스릴러2008. 11. 7. 19:4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나의 점수 : ★★
....
일단 맘에 매우 안 들었다는 걸 리뷰로 올리고 싶어져서 밀린 리뷰 1타자가 되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야 할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꽤 많이 읽었지만 이 작가는 읽으면 읽을 수록 재미가 없어진다.
'백야행'은 흥미진진하게 보았고 작가도 꽤나 심혈을 기울여서 쓴 것 같지만, 가볍게 쓴 것 같은 소설들은 이제 참기가 어려워졌다.
저 탐정 '갈릴레오' 씨는 용의자 X의 헌신에 나왔던 물리학자라고 한다. 사실 그 캐릭터에는 신경도 안 썼던 터라 또 소설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도 관심이 없어서 읽을 때에는 몰랐다. (..)
엄청 잘난 체 하는 천재 과학자인데 탐정 역할도 하는 모양이다. 이 단편집에서 제일 짜증났던 건, 경찰이 사건 해결을 못하고 유가와 연구실에 찾아가면 늘 짠~ 하고 뭔가 놀라운 실험을 시연해준다. 그것도 매 사건마다.
이 작가, 드라마로 꼬옥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지? 라는 생각만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단편들 자체는 트릭이 독특하긴 하지만, 레이저니 빛의 굴절이니 초음파니 하는 물리학을 이용한 사건들만 나오다보니 나중에는 신기하긴 하지만 굳이 이래야했니? 하고 묻고 싶어졌다. 왜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이야기해주는 명언이 있지 않은가.
"See, I'm a man of simple tastes. I like dynamite... and gunpowder... and gasoline! Do you know what all of these things have in common? They're cheap!"
죽이고 싶을 만치 미운 상대가 있음 그냥 차로 갖다 박던가, 칼이나 총을 들고 찾아가던가 하라구.
그렇게 머리 핑핑 돌리면서 주변 상황을 연구하고 살인도구를 여러가지로 세팅하고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죽이고 싶어하는 그 용의주도함이 소름끼친단 말이다. 몇 날 며칠, 혹은 몇 달 동안 상대방을 죽이려고 계획을 짜는 그 심리가 더 무섭고 비정상적이고 음울하다. 그리고 그걸 해결하는 유가와 교수도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그 살의와 고의성을 밑바닥에 깔고 트릭을 풀고 있으니까.
나중에는 졸음을 참으면서 대충 보았지만 절대 유쾌하지 않았다. 아예 만화처럼 가볍게 나가던가, 아니면 심각하게 다루던가.
캐릭터들은 너무 정형화되어있고 사건은 유가와만 나서면 해결되며 그간에 있었던 사정들은 마치 홈즈나 포와로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범인은 이 안에 있습...(아니 이건 김전일이었지) 하여간 사실은 이런 사정이 있었다구~! 하고 말하는 느낌. 한 마디로 범인을 잡는 건 너무 쉽다. 추리가 공정하든 안 하든, 트릭을 풀건 못 풀건, 과학적으로 얼마나 정확한지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오락 탐정 소설로서는 괜찮지만, 미묘하게 아무한테도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피곤할 때 읽어서 정말 재미없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재밌는 책은 새벽 4시까지 그냥 읽어도 졸린 줄도 모른다.
피터 탬플, 브로큰 쇼어 / 영림카디널(블랙캣 시리즈)
추리,스릴러2008. 9. 22. 23:15
브로큰 쇼어
피터 템플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나의 점수 : ★★★★★
오랫만에 또 괜찮은 하드보일드(>.<) 이런데 약하다구.
블랙캣 시리즈는 취향이 들쑥날쑥해서 선뜻 보는 편은 아닌데, '브로큰 쇼어'는 도서관에서 보고 바로 집어와 버렸다.
그 이유는... 영국의 골든 대거가 던컨 로리 대거 상으로 바뀌었다는 걸 읽었기 때문. (책을 빌려오는 이유도 가지가지)
'황금단도 상' 하면 멋있지만 '던컨 로리네 단검 상' 은 그다지 멋있지 않다. 역시 돈의 위력은 상의 이름과 책 홍보 타이틀까지 바꾸게 한다는 점에서 참 위대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이하게 (.... 너무 영미권 스릴러만 읽어댄 거겠지만) 호주 시골마을이 배경. 잘 나가는 강력계 형사였던 조 캐신은 연쇄살인범을 쫓다가 동료를 잃고 자신은 크게 부상당한 채 휴가차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동네에서 부호였던 노인이 자기 집에서 폭행당해 죽은 사건이 발생하자 범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백인과 호주 원주민이 갈등하고, 동네 사람들은 원주민들이 무조건 범인이라고 하고, 나쁜 일은 전부 원주민 책임으로 돌리는 게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사실 호주 실정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흑인들이 미국에서 차별받는 것보다 더 심한 처우를 받고 있는 듯 했다. 어디까지나 소설 속 얘기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을 반영해서 나온 소설 중 하나일테니까.
그리고 서로 손발이 안 맞고 정치적인 문제라던가 행정적인 문제로 경찰들도 수사는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 보통 미국 소설처럼 근사하게 갈등하는 게 아니라 마치 우리 옆동네 경찰서에서 일어나는 것 처럼 묘사되는 게 재미있었다. 이 소설의 백미는 사실 미스터리보다는 (책 후반부에는 노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찾는 데 집중하긴 하지만) 주인공 캐신이 사촌은 번네 가서 건축 자재를 뜯어온다거나, 부랑자 렙과 지내는 것, 키우는 개들, 이웃집 노인, 고등학교 때 첫 키스의 주인공이었던 여자 변호사, 베스트 드레서로 승진한 친구, 그동안 대화라고는 해본 적 없는 형, 정원 장미에 화학 비료를 뿌려대는 양아버지 같은 사람들과 지내면서 아웅다웅하는 장면들이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하드보일드 소설에나 나올 법한 대사들을 날린다.
그렇게 쿨한 게 또 재미겠지만.
요즘은 재밌는 소설들이 많이 나와서 즐겁다. 덕분에 매일 읽어대느라 독후감은 늘 뒷전.
가노 료이치, 제물의 야회 / 이미지박스
추리,스릴러2008. 9. 12. 21:12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이미지박스
나의 점수 : ★★★★
오랫만에 재밌었던 일본 스릴러.
엽기적인 살인마와 프로 킬러, 그리고 고독한 형사의 삼파전!
이라는 광고말에 홀려 동생이 얼른 도서관에서 집어온 책을 먼저 뺏어서 읽었다.
재밌어서 금요일을 홀라당 투자해서 다 읽어버렸다. 우하하하핫!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이제 잘 읽긴 하지만 잘 사지 않는 편이다. (하긴 SF와 Fantasy로만 책장을 채워도 모자르다)
친한 사람이 잘 빌려줘서 덕분에 읽은 것도 엄청 많고.
이제까지 산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 딱 세 권뿐이라는 걸 깨닫고 경악했지만 이 책을 4번째 리스트에 올려버렸다. 음, 언젠가 세일은 안 하려나.
첫번째 제물이라면 표지그림에 나와있는 것 처럼 하프연주자의 손이었지만, 이 사건에 휘말려서 우연히 죽게된 다른 여자가 책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자세히 얘기하면 스포일러인데, 사실 그렇게나 중요한 반전도 아니지만 왠지 써버리면 재미없을 것 같다. (으으음!)
하여간 엽기적인 살인마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미스터리가 비교적 충실하게 소설 끝까지 짜여져있다. 요즘은 엽기살인마가 금방 등장해 범인과 경찰의 신경전이 책 전체에 주제가 되는 책을 꽤 읽은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는 꽤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저 프로페셔널 킬러다.
...너무 멋있다!
멋있어요 당장이라도 팬클럽이 있다면 가입하고 싶은데 읽다보면 이건 또 너무 서부극같기도 하고 신파극같기도한데 상관없이 감동적인 게 이건 뭐 안 울면 당신은 냉혈한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이건 거의 만화캐릭터. 물론 이런 사람이 현실에 있으면 그건 인간이 아니지. 요즘 무협지를 읽다보니, 무협지 주인공 같기도. 그래도 멋있는 건...!
게다가 이 책은 처음부터 꽤 눈물나게 감성적이다. 이런 소설은 정말 오랫만.
엽기 살인마와 쿨한 킬러와 고독한 형사 같은 건 하드보일드나 기타 스릴러물 같은 것도 쌓이고 쌓인 세상이지만, 이 책은 정말 그 사람들의 심정이 와 닿는다. (엽기 살인마의 심정은 그다지 이해되지 않지만)
형사 아저씨는 사고로 딸을 잃은 후 결국 그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인과 헤어지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도 언젠가는 부인이 돌아오길 바라면서 큰 집을 유지하면서 혼자 산다. 그러면서도 점점 모든 일에 힘들어하면서. 원망하는 것도, 후회하는 것도, 자신을 탓하는 것도 어느덧 희미해져서 사명감에 불타 들어온 경찰일마저 허무해지고 있다. 처음부터 얘가 원래 이랬어요 라고 나오는게 아니라 책을 읽어가는 중간중간 묘사되는 이런 면들이 모여서 결국 나중에는 찐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뭔가 상투적이라 넘어가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넘어가고 만다.
그야말로 철저한 직업인인 킬러는 모든 일에 냉정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부인을 잃은 후 점점 무너져서 목표가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쿨한 묘사가 일품인데, 킬러의 파트너와의 관계도 읽다보면 홀랑 넘어간다. 처절하게 외로워하는 사람들의 감성을 차분하게 묘사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읽다보면 독창적이라거나 굉장한 트릭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이런 추리 스릴러물의 클리셰들이 다 갖다 박았어도 계속 열중하게 된다는 건 작가의 솜씨인 듯.
저 두 주인공에게 열중하다 보니 정작 엽기살인마의 심리묘사라던가 자세한 디테일은 의외로 장황한 대화로 끝나는 데다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막판에 마구 튀어나오는게 단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이리저리 이용해서 기관장치가 되어있는 듯한 아지트를 짓고도 비밀리에 유지할 수 있는 건데? 아무래도 경찰들이 추적도 못하고 물먹고 있는 건 그 때문인데, 사실은 지하기지에 있는 건 마징가제트? 하긴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쿨하고 근사한 킬러와 고독한 형사의 이파전을 보고 감동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추.
이언 피어스, 라파엘로의 유혹 / 티치아노 미스터리 / 서해문집
추리,스릴러2008. 9. 10. 17:20
이언 피어스 지음, 송신화 옮김 / 서해문집
나의 점수 : ★★★★
Good!
동생이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보게된 책.
라파엘로라면 르네상스 시대에 예쁘게 그린 아기 예수나 아기천사들, 성모상으로 유명한 화가로 알고 있었는데
(필요한 도판 외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면서 재밌다길래 기대만빵으로 읽었다.
예전에 '퍼플라인'을 워낙 데면데면하게 봐서,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외에 다시는 이런 책 안 읽을 거라 결심했었는데 이거 의외로 '아주' 재밌다.
이언 피어스의 '핑거포스트'도 읽다가 나가 떨어졌지만, 이 미술사 시리즈는 길이도 유머도 장르 소설물로 적당하다.
미술품 수사 전담반 보탄도 반장과, 스스로 경찰이 아니라 연구원이라 주장하지만 행동은 전혀 안 그런 플라비아와, 만티니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엉겁결에 라파엘로를 둘러싼 복잡한 사건에 휘말린 영국인 아가일이 주인공이다.
아가일이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하고, '티치아노 미스터리'에서도 한 역할을 한다. 순서대로 읽는 게 더 재미있다.
보탄도 반장이 늘 부서 예산이 짤릴까봐 이탈리아 관료사회에서 처절하게 머리를 굴리는 장면이나, 플라비아나 아가일의 반응들은 엉뚱하지만 적당히 지적이며 사건을 잘 이끌어간다. 옛날옛적 르네상스 시대 인물들이 안 나오므로 어설픈 역사 소설보다는 훨신 더 흥미롭고 와 닿는다.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번역. 티치아노를 읽고 나서 깨달은 건데, 라파엘로 쪽이 더 경쾌하고 번역 자체가 재미있다.
하지만 중간에 프랑스인 경찰(...직급에 둔해서 까먹었음) 이름이 '재닛'이라 번역된 건 상당히 잘못된 것 같다. 프랑스어는 본래 맨 끝 자음이 발음 안되는게 정석 아닌가? 실제로 '티치아노' 편에서는 '자네'로 번역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같은 인물인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을 듯.
이언 피어스 지음, 오숙은 옮김 / 서해문집
나의 점수 : ★★★★
>.<
'티치아노 위원회'가 원 제목인 것 같다. 실제로 책 날개에는 '티치아노 위원회'라는 제목이 있지만 실제로 번역된 책 제목은 '미스터리'가 붙으니... 책들은 재미있는데 편집부에서 좀 왓다갔다 하는 모양. 위에서 지적한 번역 문제도 그렇고, 통일이 안 되어 있다.
티치아노 그림을 분류하는 외국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 교수 한명이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베네치아로 파견된 플라비아와, 부서의 존속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탄도 반장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된다.
(그러고 보니 보탄도는 미스터리를 푸는게 아니라 늘 예산 가지고 아웅다웅하고 있다)
엉겁결에 아가일도 얽혀서 플라비아와 함께 다니는데... 보탄도 아저씨는 둘 사이의 연애를 적극 지지하지만 정작 둘은 별 일이 없다. 상당히 재미있는 콤비다.
사건 자체는 살인 사건이 줄을 잇기 때문에 '라파엘로' 보다는 자극적이지만, 좀 딱딱한 번역 탓인지 전편보다 재미있지는 않다. 그래도 소설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에 읽을 만 하다.
나머지 미술사 시리즈와 '핑거포스트'도 찾아 읽을까 고민 중이다. 오랫만에 재미있었다. ^_^
리사 엉거, 아름다운 거짓말 / 비채
추리,스릴러2008. 9. 4. 23:32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나의 점수 : ★
일단 읽는 재미는 있는 편인데,
읽고 나면 생각할 수록 화가 난다. 솔로생활이 오래되어 삐뚤어진 청춘들에게는(특히 여성) 비추, 남성들은 얘가 뭐하나 이해가 안 갈 듯.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아름다운 거짓말, 카피는 '네가 내 딸이냐?' 를 걸고 있다.
저 문구를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은 이 정도.
*주인공은 여자다
*잘 살고 있는 주인공에게 사실은 내가 네 아버지다... 라는 식으로 누군가 등장한다.
*스릴러물을 출간하는 시리즈이므로 분명히 하드보일드한 사건 한 두개는 얽혀있을 것이다.
(대충 조직간부의 숨겨진 딸이라던가 사실은 부모가 범죄자였다던가 사생아였던 주인공이 사고를 쳤는데 부모가 유명인이었다던가..)
딱 이 정도를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이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다.
왜냐하면 이 책은 스릴러물을 가장한 '로맨스' 소설이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인 주인공, 아버지는 의사고 어머니는 아름다운 가정주부(절대 흐트러지는 일이 없는 미인)이며 세상에 둘도 없이 좋아하는 오빠는 삐뚤어진 마약중독자로 뉴욕의 험한 동네에 살고 있어 주인공의 인생에 험난한 굴곡을 살짝 더해주고 있으며 의사이자 자상하고 친절하고 잘생긴 남자친구(그것도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로 양가 부모와, 심지어 주인공도 남자친구 어머니와 매우 친하다)는 맘에 안든다는 이유로 차버리고 혼자서 잘 살고 있다. 게다가 독신 변호사였던 삼촌은 매우 돈이 많아 어느 빌딩의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었으며 자살한 후 펜트하우스와 유산의 대부분을 주인공에게 거의 다 상속해 주었다. 어느 날 우연히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해줘서 선행을 한 젊은 여성으로 뉴욕 신문에 대서 특필된 이유로 심지어 영웅 취급을 받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얼굴을 알아본다. 그 후 살짝 위험해보이며 동시에 섹시한 조각가가 자신이 세들어사는 건물의 위층에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네가 내 딸이냐?'라는 쪽지와 함께 자신을 꼭 닮은 여성과 알 수없는 남자가 함께 찍힌, 오래된 사진이 배달되어 오는데...
이 책에서 미스테리나 스릴러라 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이다. 누군가 총을 빵빵 쏴대서 주인공의 생부라 밝힌 남자를 죽이기는 하는데,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주인공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양부모를 비롯해 주위에 좀 있다고 치자. 그게 뭐?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혐의를 받고 있다고 치자. 그건 좀 좋지 않는 사실이니 창창한 젊은 애 앞날에 방해가 된다고 주위 사람들이 생각을 하더라도, 그건 주인공에게나 안 좋은 거지 주변 사람들은 별로 상관이 없다. 주위에서 호들갑 떨지 말고 잘 위로해주면 그만이다. 게다가 의외로 주인공은 어머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에게 별 감정도 유감도 없고 심지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는다.
입양된 과정이 불투명하고 범죄에 가까워서 그게 나쁜 일이었다고 해도, 그게 주인공을 죽이려고 드는 이유가 되기엔 왠지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너무 삐뚤어져서 그런 걸까? 좀 낌새를 눈치챘다해도 친부모 친자식이 아닌 걸 눈치까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그런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이가 30이 되가도록 그렇게나 철저하게 사실을 숨기고 눈치도 못 채는 게 그렇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게다가 왜 입양된 애들을 죽여야 하는데? 애들을 거래하는 범죄조직이 있다면 사실을 분 놈을 찾아서 때려잡아야지. 주인공이 사실을 밝혀내고 호들갑을 떠는 게 문제라면, 총 들고 쫓아다니거나 수상하게 침묵하지 말고 사실은 이래저러해서 이랬단다 하고 설득을 해야지.
하여간 이 책에서 미스테리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없다. 있다면 납득이 안가는 소위 저놈의 범죄조직뿐.
그리고 가장 비중이 높은 미스테리는 사실 주인공이 반해버린 위험한 남자 정도다. 섹시 다이너마이트인 조각가는 사실 거친 어린 시절을 보내 사립탐정을 겸하고 있는게 그나마 반전이지만 앞에 복선을 엄청 뿌려놔서 눈치 못 해면 바보~ 라는 식이다.
위험하지만 나를 사랑해 뭐든지 들어주는 데다가 터프하고 (흉터도 여기저기) 야성적이고 유능하고 잘생기고 섹시하고... 뭐 그런 전형적인 순정만화 식이다. 오죽하면 귀여니의 소설들과 보고나서 너무 기억에 남아버린 뱀파이어 소설인 '트와이라이트'가 생각났을까.
장점이라면 여자 심리를 엄청 섬세하게 잘 묘사했다는 것. 글발도 훌륭하고 특히 변덕부리는 여주인공의 심리묘사는 탁월하다. 마치 여성과 남성의 핀트가 벗어나는 대화를 보는 듯하면서, 동시에 남자들이 이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고 바로 쫓아와서 사과한다던가 조용히 나가준다던가 하는 비현실적인 면이 동시에 조화를 이루어 사실과 환상의 접목이 기가 막힐 정도이다.
예를 들면, 오빠가 산다는 위험한 뉴욕거리를 간다고 하자(지명은 다 까먹었다. 난 뉴요커가 아니다) 섹시한 새로운 남친(조각가이자 사립탐정)이 말리다가, 그럼 같이 간다고 한다. 혼자 갈 수 있다고 주인공이 말한다. 남자가 말린다. 여자가 발끈한다.
내가 무슨 어린애야 일일이 따라오게? 나도 혼자 갈 수 있어!! 남자 왈 그러니까 내 파이어버드로 태워다 준다니까. 됐어!
여자가 매우 속상해 하며 뛰쳐나간다. 그러면서 남자가 안 따라나오나 살짝 기대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한참 간다. (안 따라왔으므로 또 화가 나있다.)
정작 그곳에 도착하니 남자가 차를 몰고 기다리고 있다. (....!!!!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여자가 또 획 삐진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웠어? 하면서 그냥 옆을 지나쳐서 걸어간다. 남자가 차를 살살 몰면서 따라간다. 여자가 계속 안 돌아보고 걸어간다.
결국 남자가 항복, 미안해. 이러자 응 이러면서 차에 타고 사이좋게 배고프니까 햄버거 먹으러 가자고 한다.
... 이런 것이 책 여기저기에 깔려있다.
철저하게 개인적인 판타지라 생각한다. 의사 부모와 의사 약혼자, 변호사 삼촌이 남겨준 펜트하우스와 유산이 없는 싱글 여성에게는 하등 도움이 안되는 연애 판타지 되겠다. 이 책에서 진정한 판타지는 저 새로운 남자친구다. 왕자(와 머슴)가 따로 없다.
진정한 뉴요커의 (재정적으로 빵빵한)스릴과 로맨스를 맛보고 싶으신 분들께 강력 추천한다.
글발이 훌륭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읽는 동안은 사실 꽤 재미있었다.
뉴욕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젊은 여성 작가가 다음 번에는 뉴요커가 주인공이 아닌 책을 낸다면 정말 좋을 듯.
케이트 앳킨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노블마인
나의 점수 : ★★
읽다가 머리 아팠다.
이거, 이글루 렛츠리뷰에 등장했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던 거고 제목도 호기심 동하는 편이라 빌렸다.
1장도 읽기 전에 !#$%^^&*! 리뷰 좀 읽어보고 빌릴 걸 하고 후회했다.
작가가 글 쓰는 방식도 매우 취향이 아닌 데다가
... 번역이 어딘가 나랑은 핀트가 벗어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
"파란 쥐군요."
잭슨이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아뇨, 블루 마우스에요."
우리 말로 번역하면 그냥 그게 그거잖아. 본래 단어가 뭔지 알아야지.
나는 쥐가 마우스라고 배웠는데 이를 어쩌나.
그냥"술도 못 가누는 남자" 라는 표현도, 사실 이런 우리 말이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듣는 표현이었다.
이런저런 표현들 때문에 안 그래도 수수께끼 처럼 묘사되는 사람들의 일상이 정말 극적으로 승화되었다.
알쏭달쏭하면서 시시콜콜한 일상의 감성이 주옥같은 단어들로 미스테리어스하게 묘사되는 걸 즐기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그다지 추리소설 같지도 않고 미스터리 같지도 않으며 여자들이 일찌기 세상을 지배해버리고 만 현대 사회의 감성이 잘 묘사되어 있다. 참고로 범인은 거의 다 여자다. 이건 스포일러 수준에 들어가지도 않을 거라 여겨지므로 그냥 적는다.
소설 내용이나 형식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 다시 같은 작가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나의 점수 : ★★★
할런 코벤은 읽는 동안은 정신없다.
결국은 새벽까지 읽고 말았다는 그런 얘기.
근데 할런 코벤도 계속 읽다보면 반전에 익숙해져서 이것도 문제다. 마지막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이런이런,
다카무라 카오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나의 점수 : ★★★
역시나 다카무라 카오루.
다카무라 카오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나의 점수 : ★★★★
끝이 더 재밌구랴.
팬픽이 쏟아져나올 것 같은 그런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