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 본 ,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 황금가지(밀리언셀러클럽)
Horror2010. 3. 19. 09:48
J.L 본 지음, 김지현 옮김 / 황금가지
제목이 맘에 들어서 냉큼 읽으려고 집어왔다. 대충 좀비물이라는 걸 알고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서문자리에 있는 다른 작가(?)의 추천사가 매우 재미있었다. 그래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 3가지.
1. 외국에는 좀비 장르(?)팬들이 만든 커뮤니티 같은 게 되게 많구나.
2. 팬질하다가 직접 창작하는 일이 많구나.
3. 이 작품은 인터넷 연재했던 거구나!
옛날 통신시절 말고는 '온라인상에서 연재하는 소설'이라는 걸 진지하게 읽어본 기억이 없어서, 요즘 외국에서도 인터넷 소설들이 출간되는 걸 보면 신기하기 짝이 없다. 우리 나라에도 없는 건 아닌데 그 쪽은 읽기를 그만둔지 오래인지라.
저 친절한 추천사가 본문 앞에 있기 때문에, 정작 책을 읽는데는 좀 방해가 되었다.
주인공이 뭔가 일이 터졌나보다 하고 열심히 준비할 때, 그 '뭔 일'이 좀비 발생이라는 걸 알고 보기 사작하니 정작 그 과정을 읽으면서 긴장하기 보다는 '이 주인공 좀 천잰데? 어떻게 집에 태양열 발전기를 놔뒀었고 어떻게 알고 사전에 전투식량과 총알을 사지?'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버리는 거였다. 그냥 판타지라 치고, 좀비물이라는 걸 독자도 알고 연재하던 작가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빨리 넘어가버리는 센스는 좀 괜찮았다. 그냥 주인공은 설정이려니 하고 읽기 시작하니까 좀 재밌어져서 훌훌 다 읽어버렸다. 불만이라면 여전히, 너무 짧아! 정도.
일기식으로 되어있어서 연재했을 때는 되게 재밌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 본래 이런 건 연재로 야금야금 읽어야 제 맛인데.
하긴 뒤마도 소설들은 다 연재했다지...
그나저나 좀비를 다룬 책을 읽은 건 '세계대전Z' 뿐이고 이게 두 번째였다. 생각해보니 '좀비'라고 된 걸 접한 건 게임에서뿐이었고, 영화는 좀 봤고, 더 생각해보면 영화는 지치지도 않고 나온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것 같다.
좀비물들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도시 생활의 공포' 때문이지싶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급속도로 죽어넘어지면서 전기도 끊기도 물도 안 나오고 마트에는 물건들이 들어오는 대신 썩어간다면, 하는 너무나 복잡해진 현대사회가 멈춰버리는 거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얼굴도 잘 모르는 이웃사람들부터 심지어는 가족까지 타인이 된 것 처럼, 아니면 사람도 아닌 괴물이 된 것 처럼 낯설어 진다는 대인공포도 더해져서, 사람들이 전율하는 그런 것들이 다 모인 장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문제라면 그걸 재밌어 한다는 걸까. 근데 또 재밌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