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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DAW 30th anniversary 단편집에 실린 단편 또 하나.
이 앤솔러지 중에서 가장 긴 단편이라 소개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강점이다.

...그런데, 문체가 좀 어색해...
영어 문장 중에 겹겹이 쌓인 애들은 원래 독해하기가 힘들지만, 이 사람은 제 때에 적절하게 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나 같은 문외한이 읽어서 어색할 정도라니 원. 아예 짧게 끊던가, 아니면 감정 흐름 표현을 끊지 말고 제대로 하던가. 주인공이 생각하는 걸 따라가기가 의외로 힘들다. 얘는 왜 여기서 혼자 삽질하고 있나... 파악하는 데 좀 걸린다. 

 소재 자체는 꽤 신선한 편이다. ^_^

 수많은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이 깃든 신기한 아티팩트들! 은 다 누가 만들었을까. 마법사? 그 사람들은 마법을 써야지, 언제 검 만드는 법을 익혀서 만들었담. 나중에 마법을 걸어준다고 해도, 왠지 쓰잘데기 없는 아이템들이 넘쳐나는 그 분야에서 그렇게 다양한 손재주를 익힌 마법사들이 많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런 걸 만드는 장면도 별로 안 나오고.

 이 소설에서는 그런 신기한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지닌 이들을 'Artisan', (우리말로 하면 수공예가, 장인 정도.)
그냥 물건을 만드는 이들을 Maker로 한단계 낮춰 분류하고 있으며, 그 장인들의 길드장, 길드마스터 길리파스 아델리오스 Gilifas ADelios 가 주인공이다. 예전의 Artisan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길리파스는 바다의 목소리를 듣고 가끔(?) 신들려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정도지만, 선임 길드장에게 인정받고 왕국에서 세력이 가장 큰 인물 중 한 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인 개념이 그래도 있는 편이지만, 서양에서는 이런 개념이 낯선 모양인지, 돌의 목소리, 나무의 목소리 등을 듣고 신들려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경지를 꽤나 데면데면하게 묘사하고 있다. (딱 저 정도가 묘사의 전부다. 작가의 문장력 탓인지도.) 목소리 듣고 만들면 다냐... 흠.

 세계 자체가 그림자의 왕(..... 마왕이냐)이 침공하여 멸망하기 직전이라는 매우 틀에 박힌 상황에, 주인공은 유례없이 재능이 뛰어난 어린 소녀를  받아들이고, 악마에게 대적하는 무기를 만들려하는 왕들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자신에게는 없는 엄청난 재능을 지닌 신들린 소녀를 보살피면서 애정을 느끼게 되고, 간혹 찾아오는 예지력 덕분에 그 대적무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여자애가 죽을 거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삽질이 볼 만하다. 장편으로 읽는다면 아마 읽다가 머리가 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