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K. 모건, 얼터드 카본 / 밀리언셀러 클럽
SF2008. 10. 28. 17:52
얼터드 카본 1
리처드 K. 모건 지음, 유소영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하드보일드 SF로는 꽤 재밌었다.
하지만 읽다가 자꾸 다이디타운과 비교가 되는 건... 이 쪽이 훨씬더 심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책 뒤에 용어 설명이 좀 나와있는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꽤 있었다. 닐 스티븐슨 수준으로 신조어가 쏟아져 나오는 경지는 아니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게 꽤 있었다. 아니, 개념은 괜찮은데 전체적인 소설 구성이 뒤로 갈수록 살짝 뭔가 이상한데? 하는 느낌이 든다. 분명히 어딘가 구멍이 뚫려있는데 잡을 수가 없다.
가장 참신한 개념은, 인격과 기억을 모두 목 뒤쪽 칩에 저장해 비록 몸은 죽어도 칩만 있으면 재생할 수 있다는 저 얼터드 카본인데 의외로 소설을 읽다보면 이건 피땀 흘리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다. 아무리 배경이 '후진' 지구라지만. 그래서 소설 속에서 그런 얘기가 조금 언급되긴 하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물론 몸을 새로 구하면 이론 상 계속 살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살인죄는 없었지고 '유기체손상'이라 부른다. 그래서 그런지 무기는 더 악랄하고 전반적으로 더 피 튀긴다. 그리고 죽이는 것도 쉽다. 그냥 칩을 날려버리면 되더만. 그리고 주인공은 당근 칩을 날리냐 안 날리냐 외줄을 타며 악당들 머리는 신나게 날려준다. 그러고도 무사한건 역시 주인공이라서.
꽤나 정신없이 사건이 진행되기 때문에 읽는 동안 흥미진진하고 하드보일드에 필요한 건 다 있기 때문에 그것도 뭐 굿.
팜므파탈에 정치계 거물에 매력적인 유부녀에 순정을 바치는 애인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가족에, 쿨한 히트맨에 거물급 보스까지. 물론 돈과 총탄도 넘쳐난다. 다이하드가 연상될 정도.
판타스틱에서 소개글을 봤을 때는 긴가민가 하고 봤지만, 가상현실 고문장면은 참 끔찍했다. 스플래터 무비만큼 자르고 튀기고 하는 걸 노골적으로 묘사하진 않지만 정말 무서운 건, 고문받다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 정말 가상현실이 현실화되면 저런 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악당 보스는 좀 그랬다. 진짜 배후에 모든 걸 조종하는 보스가 있었다 이런 건 게임이잖아. 사실 전체적으로 게임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리스타트가 가능하니 이것도 어쩔 수 없을 듯. 그리고 주인공이 너무 착하다. 하드보일드 탐정 답게 뛰었으면 피도 눈물도 없어야지. 하. 하. 오랫만에 사서 한번에 다 읽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합격점. 좀 신나는 SF 활극이 더 나와주면 기꺼이 살텐데. 우주 해적이 등장해주는 걸로. (.... 하지만 스칼렛 위저드는 이젠 별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