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Library


1. 오랫만에 정통 경찰 미스테리 수다물을 읽다.



정말이지 이렇게나 수다스러운 작품은 오래간만이었다. 87분서 형사들보다 더 수다스럽네 그려. 게다가 아담스베르그 반장 성격이 꽤나 엉뚱하고 귀엽다. 동생이 읽다가 한 마디 던졌다. "이 소설 쓴 사람 여자같아." (이름만 보면 잘 알수가 없다. 프레드라니..)
어떻게 알았냐고 하자 "남자를 너무 귀엽게 묘사해. 남자들은 같은 남자를 절대 귀엽게 안 쓰거든?" 

....

(표지는 잘 안 봤음)

굉장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그러고보니 필립 마로우가 귀엽다거나 샘 스페이드가 징징대는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다. 반면 도로시 세이어즈의 피터 윔지 경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이건 성차별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다. 

이 책을 읽은 식구들은 하나같이 등장인물들이 말이 많다는 데 동의했다. 하드보일드하고 스피디한 요즘 스릴러물을 읽다보면 신선할 정도다.

2. 웃기다.

저녁을 먹은 후, 다섯 아이들이 각자 방으로 간 다음, 그는 캔 맥주 세 개와 여덟 개의 서류철을 앞에 놓고 수심에 가득 찬 얼굴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략) 그가 저녁 먹으면서 빠끔빠끔 연기를 토해 내다 배가 터지는 두꺼비 이야기를 해준 것이 실수였다. 질문이 쇄도했다. 왜 두꺼비는 배가 터졌어? 왜 두꺼비가 담배를 피웠어? 얼마만 한 크기의 멜론처럼 부풀었어? 내장이 튀어나와서 아주 높이까지 튀었어? 뱀한테 해도 똑같을까? - 본문 78쪽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웃겼던 부분 중 하나. 이 밖에도 포복절도할 만한 상황이 많이 나오니 천천히 음미하면서 봐도 좋을 듯 하다. 저 상황은 혼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당그라르 형사가 아담스베르그 서장한테 저 엉뚱한 실화를 듣고 집에 가서 결국 이야기를 해버리는 장면이다. >.<

3. 두껍다.

아주 바람직하게 두껍다. 출판사에서는 얄쌍하게 두 권으로 나누지 않고 깔끔하게 두툼한 한 권으로 책을 내주었다. 간만에 보니 감동을 받을 정도. 단 표지가 너무 심각하고 어두워서... 아니 사건 자체는 엽기 연쇄 살인 사건이 맞지만  등장인물들이 워낙 유쾌하다보니 심각하다가도 분위기를 금방 바꿔서 다시 아담스베르그 반장 페이스에 휘말리고 만다. 하여간 기분좋게 읽을 만한 추리소설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