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Library

이 영화를 찾아서 보고 싶어한 이유는 별 거 없었다. 패리스 힐튼과 사라 브라이트만이 영화에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고? 꼭 봐야지!!
게다가 음침한 SF 영화 같은 게 취향일 것 같았다.

애플 트레일러 사이트에서 보고 언제 개봉하나 짬짬히 신경쓰고 있었는데 도대체 개봉을 언제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날 문득 검색질을 시작했다. 

미국 일부(7개 지역이냐 극장이냐)에서 부분 개봉했을 뿐이고 (바람같이 내렸겠지) 공식 홈페이지(http://www.repo-opera.com )에서는 재개봉 일정이 잡혀있다고 공지가 작게 붙어있는데....
이렇게나 마이너였나 좀 망연자실했다. 뭐 하여간 대충 감상했으니. (유튜브는 참 유용하다...)

일단 영화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보자면.

1. '이 영화는 뮤지컬이 아니라 오페라' 라고 쓴 문구를 봤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지만, 정말 영화는 몇몇 대사를 빼고 등장 인물들이 전부 랩 아니면 노래를 하고 있다. 뮤지컬은 멀쩡히 영화 진행하다가 갑자기 노래 부르고 군무 하고 이런 식이 대부분이니까 납득은 가는 설명이다. 다만 등장인물들이 둘 셋씩만 등장해서 노래부르기 때문에 화려한 군무 씬 같은 건 기대할 바가 못 된다. 

2. 호러, 고딕, 음침, 고어, 어딘가 퓨쳐리스틱하면서 섹시한 19금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아아 이 영화는 좀 문제가 있다.
일단 의상과 배경은 고딕 호러 영화로는 합격점이다. 저예산 티가 팍팍 나는 세트지만 나름 무덤에 납골당에 왠 고스풍 저택에 섹시한 가죽 의상을 입은 패리스 힐튼과 깃털 드레스를 입은 사라 브라이트만과 꼭 턱시도 같은 것을 입고 등장하는 남자들과 심지어 하얀 수염을 기른 집사도 있다. 그리고 꼭 맞는 가죽 미니 드레스와 어딘가 SM틱한 끈 가죽 의상과 반짝이와... 쓰기 힘들 정도로 많이 나오지만. 

(예쁜 앰버 스윗 양. 패리스 힐튼이 예쁘게 나오는 데다가 역도 너무 잘 어울려!)

미래 배경으로 봐 줄 수 있는 건 블레이드 러너에서 등장한 수많은 전광판과 홀로그램 같은 몇몇 소품 빼고는 별 거 없다. 휴.

게다가 포스터만 보면 호러같은데, 좀 무서워야 하는데, 조금도 무섭지 않다. 그냥 슬래셔 무비처럼 피랑 내장이랑 이런 게 등장하는데, 평소에 피흘리는 슬래셔 영화는 질색을 하며 못 보는 내가 깔깔대면서 볼 정도로 귀엽다. 다들 가짜 티가 너무 나는 데다가 결국 잔인한 장면을 술렁술렁 넘어가는 감독의 센스가 돋보인다. 감독님도 실은 슬래셔 영화는 체질에 안 맞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동질감을 느끼고 말았다. 다들 포스터만 보고 영화 보러 같다가 그 엄청난 신파극을 보고 질려서 나왔지 않을까 싶다.
Rotten Tomato 지수는 33%. 대부분 '록키 호러 픽쳐 쇼'보다 못하다는 평이다. 확실히 못하긴 하지만 나름 재밌는데.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섹시한 게 정말 눈꼽만치도 없다. 심지어 그 흔한 러브 스토리도 없다. 등장 인물들간에 불꽃 튀는 순간은 커녕  그 흔한 이성 간의 긴장도 안 느껴진다. 이렇게 영화 만들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섹시하게 춤추는 아가씨들이 나긋나긋하게 춤을 춰주는데 하나도 안 야해! 카메라도 편집도 너무 수줍다고. 역시나 감독님 취향이 무서울 정도로 의심되는 순간이 조금 있다.
스토리상으로는 한 여자를 놓고 삼각 관계를 이루고 집착하는 내용이 맞는데, 정작 영화 진행 방법이나 분위기나 주제는 그게 아닌 것 같아...

3.  프롤로그에 설명하는 줄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장기부전이 전염병처럼 번져 몇 만명 단위로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때 분연히 떨쳐 일어난 구원자가 있어 Genco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장기 수술 보험같은 것을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다. 장기 이식도 합법화 하고. 단 돈을 못내면 회사에서 Repoman을 보내 자기네 회사 장기를 회수한다. (바코드가 찍혀있다.) 덤으로 슥삭슥삭 다른 장기도 빼가는 것 같던데, 그런 식으로 이식할 장기를 확보하는 지도.


나레이터로는 GraveRobber가 등장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중간중간 지나치게 나레이터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꽤나 영화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이 무덤도굴꾼 아저씨, 너무 멋지다! 카리스마에 목소리도 발음도 매우 정확해서 걍 반하고 말았다.
그리고 병에 걸린 17살 소녀 샤일로가 등장한다. 영화 주인공인데.....
.....

일단 주인공은 됐고. 비주얼은 좋지만 연기나 노래가 좀.... 짜증났다. 하지만 주인공답게 등장 시간이 길기 때문에 참고 견뎌야 했다. 또 스코어는 왤케 많아.

그리고 아버지 네이선 월리스씨가 있다. 딸을 무척 사랑해서 과보호하는 아버지인데 딸내미는 밖에도 돌아다니고 싶고 아버지가 이래라 저래라 하니까 꽤나 반항한다. 불행하게 죽은 아내를 무척  그리워한다. 하지만 이 아버지는 실은 리포맨이고, 딸에게는 절대 숨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뭐, 영화 초반에 바로 아버지의 비밀을 다 보여주므로 그닥 비밀인 것 같지도 않다.


전문 가수 만큼은 아니겠지만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홀딱 반하고 말았다. 리포맨을 오래 하다 보니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 인격이 된 것 처럼 보이지만 그닥 뭐 분명히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노래와 표정 연기는 정말 좋다.

Genco의 창시자이자 모든 사건의 악역을 맡고 있는 로티 라르고씨. 중후한 랩이 멋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뭐랄까 신파극만 꾸미고 있는데 인생 마지막 음모를 꾸미는 걸로는 질이 한참 떨어져요, 아저씨.

버릇없는 딸 역을 맡아 즐거워 하고 있는 패리스 힐튼. 전체적으로 영화가 즐겁긴 하다. 아하하하. 특히 Zydrate 중독자들 모임에서 현란한 가죽 옷을 입고 춤추는 장면은 정말  재밌었다.

'Genco의 목소리' Blind Mag를 연기한 사라 브라이트만. 영화 후반의 무대 장면은 엽기였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노래를 너무 잘 부른다. 패리스 힐튼과 사라 브라이트만은 노래들이 기대 이상이었다. (솔직히 그닥 기대는 많이 안 했지만.)

4. 그런데, 전혀 기대 안 했던 남자 캐릭터들이 노래를 너무 잘 부른다!!
그레이브로버부터 아버지, 로티 라르고와 파비까지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열심히 잘 부르는 건지, 이상한 포인트에서 영화에 반하고 말았다. 본래 뮤지컬에 약하긴 했지만 이건 좀 반칙이야! 덕분에 OST를 구하고 싶어 열심히 또 검색질을 하게 만들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구입할 수 있는 CD가 없다. Itunes과 Amazon.com에서 다운로드 식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OST는 오리지널과 딜럭스 판이 나온 상태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딜럭스 판 쪽이 노래가 훨씬 많다. 이 영화 때문에 아이팟을 살 수는 없고.

5. 영화 보면서 눈과 귀가 즐거우면 좋다는 사람(여기 1人)은 매우 즐거운 영화였지만, 줄거리와 연출은 매우 납득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뇌를 비우고 볼 수 없다면 비추. 언젠가 DVD가 수입되어서 들어올 가능성은... 없겠지? 가끔 노래들만 골라 보면서 즐거워 하고 싶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