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젤라즈니, 드림마스터 / 행복한 책읽기
SF2010. 3. 17. 02:1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나의 점수 : ★★★★
오밤중에 내블로그에 들렸다가 잠을 확 깨버려서 리뷰를 쓰기로 했다. 실은 일주일 쯤 전에 다 읽었는데, 책이 바로 옆에 없으면 리뷰를 못 쓰는 버릇이 들어버려서.
'형성하는 자'가 워낙 유명하고 읽다 만 (사실은 포기한) 경험도 있어서 가장 먼저 골라서 읽기 시작했는데, 우어, 괜히 읽다가 그만둔게 아니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카이사르 장면만 지나고 나면 집중이 안된다. 중간에 아프기도 해서 띄엄띄엄 읽었더니 오히려 기억이 잘 안난다. 특히나 칼리 이미지로 느껴졌던 여자, 아일린이 셰이퍼들(유인원을 실험한 사람이라던가)에게 무슨 영향을 끼치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다. 음, 내가 타인의 감정 이입에 무척이나 서투른 거와 같은 맥락인지도. 이미지와 색상이 현란한 거에만 빠져 있었으니 이것도 문제인 것 같다. 하지만 시각적 효과만 요란하고 근사한 영화도 굉장히 좋아하는 걸. '형성하는 자'의 내용이 맘에 안 들었다는 건 아니지만.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질과 렌더가 지켜보던 로봇들의 댄스였다. 그 다음은 아일린의 셰퍼드.
'형성하는 자'는 나중에라도 여러 번 읽게 될 것 같다.
'수난극', '이단차', '지옥의 질주'는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는데, 글쎄, 운전을 시작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워낙 서툴러서 자동차한테 감정 이입을 할 수가 없다! 차라리 운전을 안 할 때는 스티븐 킹의 '트럭' 같은 것도 재밌게 읽었는데 내가 막상 그 쇳덩어리 안에 들어가 있으려니 이건 좀. 무서웠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해는 간다.. '지옥의 질주'는 제목만 들어보고 처음 읽는 거라 나름 재밌게 읽었는데, 주인공은 원래 이기적으로 착하지만 쾌락주의자이기 때문에 범죄자가 되었단 이야기일까, 그런 건 생각하지 말고 신나는 로드 무비였던 걸까 좀 궁금하다. 헐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건 그런 면에서 납득이 가는데, 주인공 심리를 책에 나온대로 묘사한다면 꽤나 무게 잡으면서 다들 고만고만한 헐리우드 액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난 로드무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안 본다. 생각해보니 '로드 무비'자가 광고문구나 제목 어딘가 붙어있는 영화는 절대 본 적이 없군..
'스테인레스 스틸 흡혈귀'는 예전에 봤던 거였다. 기계로 된 흡혈귀 자체는 매력적인데, 세상이 너무 좁게 느껴진다. 처음 부분은 다시 읽어도 재밌었다. 전용 충전지가 망가진 워크맨 같아서.
'기사가 왔다!' 와 '끔찍한 아름다움', '지금 힘이 오느니'는 스토리는 별 게 없는 것 같지만 풍경화 같은 이미지가 좋았고, (이상하게 읽고나서 만족감이 든다는), '보르크를 사랑한 여자'나 '하프잭'이나 책에는 없지만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나 소재가 다 비슷해서 그냥 그랬다. 그닥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라서 그런 모양이다. 사실 '화이올리...'까지는 재밌게 읽었는데 '보르크...'는 별로였고 ('나는 전설이다' 반전과 비슷하단 느낌) 처음에 읽었을 때는 별로였던 '하프잭'이 차라리 나은 것 같다.
가장 재미없었던 건 '복수의 여신'과 '마음은 차가운 무덤'. 재미없었다. 뭐랄까, 상당히 연설조다. 아니면 그냥 수다.
가장 납득이 안갔던 건 '마음은 차가운 무덤'이 최고였다. 아,납득이 꼭 안 간다기보다는 그냥 소재가 맘에 안 드는 것 같기도. 개인적으로 매우 별로였다. 그냥.
'영구동토'는 예전에 '코스믹 러브' 앤솔러지에 수록되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아직도 읽으면 재밌고...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도 예전에 봤던 거고 좋아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최근에 읽은 창비 아동 SF 단편집에 나온 랜슬롯이 생각나 버려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기분으로 읽어버렸다.
나머지 판타지 단편들은 그럭저럭 다들 재밌었다. '그림자 잭' 빼고.
전체적으로는, '전도서를 위한 장미'였던가, 그 단편집이 더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어버려서(작품이 겹치나...?) 큰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집행인의 귀향'을 못 읽었는데 (가만히 앉아서 책주문을 못하겠다) 젤라즈니는 천천히 읽어야겠다. 뭔가 포화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