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Library

처음에는 책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어제, 일하다가 필요한 자료들이 너무 양이 많은 거에 짜증이 나서 A4 용지 2쪽을 한꺼번에 인쇄하고 양면으로 하면 종이도 절약하고 부피도 덜 나가겠지... 하고 생각하고 한 번 뽑아보니 넘기기가 불편하더라.
그러면 접어서 팜플렛식으로 꿰매버리면 되겠다! 하고 생각해보니, 실제본을 위해서 본문 내용을 배치하려면 묶음 수에 맞게, 한 면에 마주보는 쪽수를 출력해야 한다. 수동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 요즘은 출력해서 책을 만드니 분명히 방법이 있으리라 믿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MS word에서 가능했다! (한글에서는 책접기 혹은 제본용으로 출력하는 옵션을 못찾았다.)

한글문서를 워드로 변환하니 표는 출력이 제대로 안된다. 그래도 쪽수는 제대로 나오는 걸 확인.
그래서 한글문서를 출력하는 걸 포기한 후 일은 안하고 망상하기 시작.
그래, 그럼 책을 출력해서 내가 제본하는 것도 문제 없겠어!

당장 뽑을 수 있는 책을 구하는 쉬운 방법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이용하는 거였다.
막상 가보니 작가고 뭐고 생각 안나서 Top 100같은 걸 보니 상위랭킹된 앨리스가 보였다. 오오 이거군.
MS워드로 책접기 출력을 설정하니 114페이지. 편집은 대충하고 종이양을 계산해보니 한 장에 들어가는 쪽수는 4개, 대략 40장도 안들어간다. 시험해볼만 하다.




본문은 정작 104쪽에서 끝나고, 나머지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 대한 안내문.


면지랑 연결하는 과정에서 풀칠 에러, 하지만 잘 보인다. 줄바꾸기를 모두 엔터로 해놓은 탓에 문단 중간중간에 끊긴다. 하지만 시험작이라 내버려뒀다. 한글이라면 읽는 데 굉장히 방해가 되겠지만, 어차피 영어는 읽는 속도가 느리니까.




표지 만들기는 귀찮으니까 그냥 리본제본. 실은 남은 조각실을 이어서 하고, 리본은 제과점 과자포장 리본을 예전에 주워서 잘 보관해놓은 것. 풀칠은 잘 안 먹었다. 합섬이라 그런 듯.
하드보드지도 오래 전에 사놓은 걸 찾아다가, 가장자리 너덜해진거 잘라내고 표지로 썼다.
면지는 그냥 일반 프린트용 A4 색지가 남아있는 걸 또 재활용.
뭐랄까, 너무 저렴해서 종이값과 천값 빼고는 거의 폐품재활용 수준.

동생에게 체셔고양이 스탬프를 빌려다 찍었는데, 너무 선이 가늘아서 안 찍혔다. 체셔고양이는 사라지고 있는 중. 제목은 스탬프로 찍고. 하지만 거울나라 앨리스에서는 체셔고양이가 안 나올텐데.




대충 만들었지만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진 않을 듯. 한 번 해보니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힌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도 만들어야겠다.